처음 한 사람의 유전자 전체를 분석하는 데 13년이라는 세월과 27억달러(약 2조870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다. 지금은 어떨까. 단돈 100달러면 1~2주 안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서울~부산 저가항공의 왕복 요금이 14만원대이니 조만간 서울~부산 왕복 항공료보다 저렴하게 된다.
이 같은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회사는 미국 일루미나(Illumina)이다.
고성능 염기서열 분석 기기와 관련 소모품을 파는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27억달러, 시가총액은 371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일루미나에서 2016년 분사된 회사가 있다. 혈액 속의 다양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여러 질환, 특히 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 설립된 그레일(Grail Inc.)이다. 설립 후 고작 2년이 지났지만 무려 13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가 지난 3월 1일 나스닥 시장이 아닌 홍콩증권시장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업계의 많은 이들이 되물었다. 자금 1조5000억원을 확보한 미국 바이오텍이 홍콩 증시에 상장을 고려한다고?
홍콩증시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화된 자본 시장이지만 소위 `신(新)경제(New economy)` 기업 비중은 상당히 낮다. 미국 뉴욕증시의 과거 10년간 상장 건수 중 47%가 신경제 기업들인데, 홍콩은 3%라는 통계가 있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작년 12월 홍콩증권시장(HKEX) 당국은 `매출전단계 기업(pre-revenue company)`들의 시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상장규정을 정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개념 단계` 제품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거나 예상 시가총액이 최소 2000억원(약 15억홍콩달러)은 넘어야 한다. 바이오텍이라면 임상 2상시험 승인을 받은 제품이 하나 이상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상장 규정상 신경제 기업에 가장 우호적인 아시아 자본 시장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코스닥이다. 2005년 기술사업성 평가 제도를 도입한 이후 `매출전단계 기업`들의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 마더스는 임상 2상에 최소한 하나 그리고 제약회사와의 제휴 1건 이상 등으로 상당히 엄격한 규정을 운영하는데, 이 같은 조건 때문에 작년 마더스에 상장한 바이오텍은 한 곳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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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iginal Article: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180620